하드웨어

하드웨어와 관련된 지식은 M***모 회사에서 AR 글래스를 만들다가 퇴시한 인도계 Engineer와 반나절 정도 같이 지내면서(링크드인 콜드콜로 만났는데 어쩌다보니 밥도 먹고, 술도 먹고, 해커하우스도 가고, 클럽도 가고..) 중국의 하드웨어 세상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었음.

생산과 혁신

  • 우선 하드웨어를 두 가지로 나눠야함.
      1. 이미 있는 부품들을 조립해서 만들 수 있는 하드웨어
      1. 아직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서 만들어야 하는 하드웨어
    1. 이미 있는 부품들을 조립해서 만들 수 있는 하드웨어 - 경우에는 중국이 압도적인게 맞음. 대안이 없음. 그냥 중국에서 해야 함. 1번을 도와주는 OEM/ODM 회사들이 굉장히 많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부품들도 굉장히 쉽게 수급해 올 수 있음. 그리고 부품을 기반으로 수 만 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인력적인 구성도 갖추고 있음. 예를 들어 AI 음성인식 노트(예: 플로드) 같은건 edge tech 이 필요하지 않음.
    • 가장 대표적인 예가 - Unitree, DJI 인 것 같음. 사실 로봇, 드론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edge tech 은 미국, 한국이 더 먼저 선점하고 있었음. 근데 이 두 회사가 현재 휴머노이드, 드론 섹터를 먹고 있는 이유는 - 가격이 저렴한데 깔쌈하기 때문임.
    • 압도적인 가격표를 만들어서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버리니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만들어냄. 높은 점유율은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그럼 더 비용이 저렴하면서, Data Flywheel 에 필요한 재료도 더욱 빠르게 모을 수 있음. 아틀라스 $300k 이런데 백덤블링하는 유니트리는 $20k 임. 물론 공장에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이걸 문화로 만들면 뭔가 생기지 않을까?
    • 중국에도 여러 드론 회사들이 있지만, DJI 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드론을 신뢰성 있게 공급하는 업체는 없는 것 같음. 전세계로 확장해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번 꽉 잡으면 강한 해자가 생김.
    1. 아직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서 만들어야 하는 하드웨어 - 경우에는 여전히 미국이 더 잘하는 것 같음. 1번이 레고 조립이라면 2번은 직접 레고 블록을 하나하나 만들어야 함. 그러려면 리서치, 실험, 개선을 매우 좋은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반복해야 하는데, 미국은 그런거 잘함. 비싸지만, 진짜 세상에 없는 뭔가 미친듯한 기술을 만들어냄. 아직 중국은 fast-follower 에 가까워보임.
    • 다만 최근에는 1), 2)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가고 있음. 아이폰 처럼 미국이 설계하고 중국이 생산하는게 기본 뼈대였음. 하지만 그 생산을 담당하던 회사들이 점점 만들어진 제품들을 보면서 학습하고, 그 노하우를 중국 설계 기업과 공유하면서 자체적인 생산 능력 및 Edge Tech 기술력이 올라감.
    • 100% 수준의 기술력까지는 아니지만, 약 90%의 기술력과 50%의 가격으로 Xiaomi, Hwawei 같은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의 점유율을 급격하게 높이고 있음.
  • 심지어 Even Realities 처럼 AR 글래스의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 미친듯이 연구를 해서 최첨단 기술을 내재화 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음. 그러나 Frontier 기업들은 자신의 기업을 외부로 공유하지 않음. 중국의 Frontier Lab 에서 무언가 가능해졌다고 해서, 중국에 갔더니 유사한 수준의 기술을 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님.
    • 그래서 중국 안에서도 똑똑한 인재들이 창업을 해서 이럴거면 내가 만들고 말지 해서 열심히 만들고 있음. Nothing, WUJI Hands 등등

외국인이 하드웨어 만들러 선전에 가야 하는가?

  • Consumer Hardware 를 만들기 위해서 SF 에서 선전으로 온 외국인 커뮤니티에 1000명 정도 있음. 그럼 이들은 왜 미국이라는 편안한 도시를 떠나서 중국이라는 불편한 나라에 있을까?
  • 가격 - 공급가능한 부품 회사가 굉장히 많음. 화창베이가 왜 부품의 성지인지 알 수 있음. 정말 많은 회사가 화창베이에 있고, 도대체 어디에 무슨 회사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여러개의 빌딩에 수천개의 오피스가 깔려있음. (지도와 검색 엔진이 절실하게 필요했음) 물론 그들도 어딘가 공장이 있고, 그 공장의 대리점이겠지만 그정도 수준의 공급사들이 있다면 무조건 Bidding 이 가능할 것 처럼 보였음. 동일한 센서여도 각 공장마다 퀄리티와 가격이 다르니 - 내가 필요로 하는 부품을 적정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을 것 같음. 그렇게 모으다 보면 가격이 떨어짐. 부품 뿐만 아니라 조립을 하는데에 있어서도 인건비가 저렴하니 (미국의 약 1/3-1/5) 생산 단가도 낮음.
    • 컨슈머에게 잘 팔리는 제품이려면 - 가격 경쟁력이 좋아야하고 - 완전 자동화된 공장을 돌릴게 아니라면 가격이 저렴한 중국에서 생산해야 함 (or 인도네시아 이런데로 가면 되는데 아직까지 퀄리티 보장이 안됨. 폭스콘 수준의 퀄리티 보장이 되어야 함)
  • OEM/ODM 시스템이 잘 되어 있음. - Shenzhen 은 기본적으로 자국민/외국인이 어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 또는 설계도를 가져왔을 때 이를 생산해내는 거점 도시로서 계획되었음. Ideas In Product Out 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정확한 도시임. 그러다 보니 새로운 제품 스펙에 대해서 실제 납품하는 주기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짧음. 설계를 하고, 부품을 구하고, 생산 라인을 깔고, 생산을 돌리고, 인증을 받고, 배송하는 전 과정이 어느정도 표준화 되어 있음. 그리고 이에 짬이 많이 찬 기업들이 많음. 그러니 수천, 수만개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있어서 리드타임이 적고, 비용이 낮음. 그래서 뭔가 만들고자 할 때 쉽게 만들 수 있음.
  • 커뮤니티 - SF 는 정말 다양한 도메인의 회사들이 한 군데 모여있지만, 여기는 Hardware 섹터에 온전히 포커스가 되어 있는 도시임. 그러다보니 창업자들마다 시행착오를 서로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잘 구성되어 있음.

그럼 하드웨어 딸깍 도시인가?

  • OEM/ODM 뭔가 완벽해보이지만 그렇지 않음. 우리가 무언가 요구하는 스펙이나 디자인이 있을 때 정확하게 계약서에 나와있는 것만 지키려고 함. 디테일, 마감, 연동성, 내구성, 유지보수, 업데이트 등에 있어서 뭔가 깔끔하게 되는게 하나도 없다.
  • 미국 소프트웨어를 생각해보면 개발자들이 고객에게 무한하게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고, 또 계속 새로운 혁신적인 버전을 만든다. 여기는 그렇지 않다. 설계도가 전부다. 그리고 설계도를 바꾸려고 하면 $수십만불의 위약금 또는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물론 물리적인 기기와 재료들을 다루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감안하지만, 그런 필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과 제조사의 관계가 그런 문화 같다.
  • 하드웨어는 약 6개월에서 1년의 time window 가 발생한다. 무언가 수정하는 이터레이션을 돌았을 때 이게 실제 production 에 반영되기까지는 1년의 시간 갭이 생긴다. 메타/Even 이 혁신적인 제품으로 런치 비디오를 찍어서 올리면, 그 기술이 반영되어서 현재 생산되고 있는 우리 안경들은 바로 혁신적이지 않은 제품이 되어버린다.
  • 그리고 우리는 작은 스타트업이라서 잘 상대도 안해준다. 수 십만, 수 백만대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대기업들이 널렸는데 공은 엄청 많이 들어가고, use case 도 명확하지 않은 AR Glass 수 천대의 생산을 위해서 라인을 선뜻 깔아준다고 나서는 중국 공장이 많지 않다.
  • Upfront 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매우 높다. OEM/ODM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million 단위의 계약이 필요로 하다. 그들도 공장을 빌리고, 사람들의 capa 를 확보하고, R&D 에 필요한 인력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스타트업이 prototype 을 넘어서 하드웨어를 하려면 일단 돈이 많아야 한다. 투자금을 많이 확보하지 못하면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뭐 안경만 해도 그런데 Humanoid 회사들은 더 심할거다. 그럴바에는 그냥 미국에서 3D printer 랑, 온라인으로 부품을 구매해서 테스트하는게 쌀꺼다.
  • 퇴사한 이유도 이 time gap 과 퀄리티 문제에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 우리가 아무리 좋은 디자인과 혁신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제로 현실에서 양산으로서 구현하는 단계에서 타협하게 되는게 너무 많다. 중국 공장측과도 정말 많이 싸우고, 커뮤니케이션 하려고 술 먹고… 쉽지 않다. 너무 힘들었다. 대표랑도 많이 싸웠다. 대표는 계속 조금만 더 하면 될거야 하지만, 내가 봤을 땐 Even 처럼 전 공정을 자기들이 직접 하지 않는 이상 승산이 없는 싸움처럼 느껴졌고, Meta 같은 데서 완전히 신소재 공학으로 새로운 렌즈나 폼팩터를 갖고 나오면 우리가 바로 묻히는 싸움이다.
  • 결국 장기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매우 빠른 iteration 을 돌 수 있는 자체적인 생산 환경 및 연구 환경을 구축하는게 필수적인 것 같음. Even Realities 도 결국 그렇게 해서 승리한 플레이어. 그래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하드웨어 그래서 도전할 만 한가?

  • 하드웨어가 주는 강력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Tiro 를 킬려고 하면 아이폰 잠금해제부터 실제 녹음 시작까지 최소 8번 이상의 터치를 해야 한다. 포켓이나 플로드는 단 한번에 클릭으로 할 수 있다. 심지어 버튼이 어디있는지 아니깐 미팅을 하다가 누르는 것을 깜빡했어도 그냥 몰래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시작을 누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물리적인 감촉은 일종의 쾌감이 있어서 경험의 해자를 만든다.
  • 이런 기업들이 사실 Granola 와 크게 기능적으로는 다르지 않지만, 이를 하드웨어로 구현해서 좋은 PMF 를 찾은 케이스일 것이다. 아래에 넣진 않았지만, 가장 강력한 하드웨어 경험은 아이폰 아닐까?
  • 하드웨어 경험 너무 좋다. 다만 그것의 선행은 소프트웨어라고 믿는다. 하드웨어라는 폼팩터가 있어도 소프트웨어가 구리거나 그 서비스가 필요가 없다면 그 하드웨어는 쓸데가 없다. 결국 경험의 PMF 를 먼저 찾고,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이를 하드웨어로 wrapping 해서 더 뛰어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맞는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OpenAI 가 이번에 만든 하드웨어 - 뭐 별거 없지만 다 팔렸음 ㅋㅋ
  • OEM/ODM 을 위한 Upfront 비용, 중국 내에서의 관계 형성, 빠른 이터레이션을 돌 수 없는 문제 - 등 이러한 문제를 모두 떠안고 시작할 만큼의 conviction 이 있다면 하자. 그렇지 않다면 경험을 설계하고 pretotyping →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 순의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conviction 를 강화하자.
  • 이러한 진입장벽이 강제로 경쟁력을 만들기도 한다. 소프트웨어가 딸깍으로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누가 이런 힘든일을 하기 위해서 자처해서 중국으로 갈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강한 자들이다.

Consumer 경험

App in App

  • WeChat으로 웬만한 모든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 있음. 택시, 배달, 공유 자전거, 쇼핑, 은행, 보험, 부동산 같은 서비스들의 앱을 굳이 따로 설치할 이유가 없음. QR을 찍으면 WeChat 안에서 Mini Program이 바로 실행되고 로그인, 인증, 결제까지 이어짐.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App을 설치하고, 회원가입하고, 본인인증하고, 카드를 등록해야 함. 중국에서는 대부분 WeChat 로그인과 WeChat Pay로 통일되어 있어서 이 과정이 거의 없음. 사용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한 경험이고, 한 번 익숙해지면 다른 나라의 App 중심 경험이 답답하게 느껴질 것 같음.
  • WeChat에서 제공하는 번역 기능을 모든 서비스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음. 개별 중국 App이 외국인을 위해 번역 기능을 만들지 않아도, WeChat의 번역 엔진을 켜면 서비스를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었음. 여행자 입장에서도 생각보다 강력한 기능이었음.
  • 인증, 결제, 서비스 이용 정보가 하나의 생태계 안에 모이다 보니 정보 수집과 통제도 굉장히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App을 각각 설치하는 구조에서는 데이터가 여러 회사에 분산되지만, WeChat에서는 대부분의 활동이 하나의 플랫폼을 거쳐감. 정부의 입장에서는 사회 전체의 경험을 굉장히 빠르게 바꿀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함.
  • QR 로 결제를 모두 통일하면서 Visa 나 Master Card 또는 현금과 같이 중국 당국에서 통제가 불가능한 통화 transaction 이 사라지고, 이들의 구매 행동 이력을 모두 추적 가능하게 되었음. 그리고 이제 이 통화를 물리적인 화폐가 아닌 준 가상통화처럼 거래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blockchain 기반으로 이 통화를 통솔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음. 10년 전까지만 해도 현금 없으면 여행을 할 수 없었던 중국인데, 어떻게 이렇게 급진적으로 금융 거래 문화가 바뀔 수 있을까? top-down 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었음.
  • 중국의 QR 결제나 Mini Program이 기술적으로 엄청 어려운 것은 아님. 더 신기한 것은 이런 기술을 거의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사용하는 문화로 만들어버렸다는 점이었음.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현금을 사용했다는데, 짧은 시간 안에 결제와 인증, 서비스 이용 방식을 전부 바꿔버림. 중국의 힘은 새로운 기술 자체보다도 기술을 사회의 기본값으로 만드는 속도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 App in App 구조가 AI Agent와도 굉장히 잘 맞을 것 같음. iOS나 Android에서는 한 App이 다른 App을 직접 제어하기 어렵고, Agent가 여러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각 회사의 API를 연결하고 계약도 따로 맺어야 함. WeChat은 하나의 소프트웨어 안에 다른 소프트웨어들이 들어가 있는 구조라서, 마음만 먹으면 Agent가 여러 Mini Program을 돌아다니면서 택시 호출, 식당 예약, 결제 같은 Action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음.
  • 이 경험을 영감 삼아서 뭔가 미국에서 혁신적인 agent 경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음. 당연히 App in App 이 목적이 될 수 없음. App in App 은 수단임. 근데 미국인들은 다 “에이 우리나라는 App in App 구현하는게 말이 안됨 ㅋㅋ” 라고 하는데 뭔가 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어떤 지점으로 공략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새로운 App store 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OpenAI 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음.

AR Glass

  • 여행에 있어서 굉장히 강력한 Use Case가 있는 것 같음. 중국어를 못해서 직원과 대화할 때마다 스마트폰 번역기를 켜야 했는데, 옆에서 Even Realities G2를 끼고 있던 성훈이는 직원이 하는 말을 바로 알아듣고 우리에게 번역해 줬음. 스마트폰 번역기도 기능적으로는 충분히 잘 작동하지만, 대화할 때마다 핸드폰을 꺼내고 상대방과 화면을 번갈아 보는 과정이 필요함. AR Glass는 대화의 흐름을 끊지 않고 계속 번역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경험이 완전히 달랐음.
  • 이전에는 AR Glass가 정확히 어디에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언어가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상황에서는 Use Case가 굉장히 명확했음. AR Glass의 핵심이 새로운 화면을 하나 더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꺼내는 행동 자체를 없애주는 데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 종업원이 하는 말을 번역해부고, 앞에 보이는 표지판이나 메뉴판을 번역해주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스피커로 내보낼 수 있는 기능이 갖춰진다면 여행객들에게 공항에서 대여해주는 사업이 꽤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Edge Tech 라기 보다는 매우 뾰족하게 Use Case 를 잡아서 사업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는 파악했음.
  • 그걸 제외하면 AR Glass 의 강력함이 뭔지 아직은 잘 모르겠음. 유저의 Cognition 을 보조하는 기기로서 좋은 폼팩터라는 것은 알겠는데, 유저의 Cognition 을 정말 모두 정보화 했을 때 어떤 효용적 가치가 생길까? 그리고 그 효용적 가치를 얼마나 사람들은 반길까? - 아직은 잘 상상이 안됨.
  • 화창베이에 여러 스마트글래스 안경들이 보급화 되어서 판매되고 있었는데 - 대부분은 디스플레이가 없는 안경이었음. Even G2 를 써본 입장에서는 솔직히 디스플레이가 없는 안경은 쓸대가 없다고 생각함. 디스플레이가 무엇보다 강력한 기능이고, 중요함.

로봇

  • 음… 휴머노이드… 뭐 발차기하고 백덤블링하고 멋있긴 했는데 전혀 혁신적인 느낌이 아니였음. X에서 봤던 로봇들이 더 신기했고 여러가지 실생활 기술들을 데모로 보여줬음.
  • 아이들의 기술 사고관을 촉진시키는 관점에서는 정말 좋은 것 같은데 - 아직까지 내가 여행객으로 도시에 있으면서 실질적인 로봇의 도움을 받은 것은 하나도 없었음. 오히려 공원 드론 배달? 그나마 신기했던 것 같음.
  • 당연히 휴머노이드를 양산하면 가격이 떨어지면서 스페셜한 로봇들과 유사한 수준의 가격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여전히 특수 목적형 로봇이 더 효용가치가 크다고 느겼음.
  • 매우 혁신적인 무언가를 관찰하고 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음.

문화 / 사회

기술의 발전 - Edge vs. Spread

  • 기술의 발전을 뭘로 정의할 거냐가 중요한 것 같음. 얼마나 frontier 기술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이미 나온 기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보급시킬 수 있느냐도 중요한 기준인 것 같음. 중국은 기술 관점에서 가장 Edge에 있는 나라라기보다는, 이미 나온 기술을 실제 사회에 가장 빠르고 넓게 확산시키는 국가인 것 같음.
  • 개쩌는 기술을 100만명이 쓰는 나라와 90% 정도되는 기술을 1억명이 쓰는 나라를 비교하면 1억명이 개쩌는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가 훨신 기술적으로 성숙한 나라처럼 느껴질 것 같음.
  • 이게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거대한 내수시장인 것 같음. 예를 들어 로봇 한 대가 굉장히 비싸더라도, 중국에서는 “아이들이 한 번씩은 경험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학교마다 한 대씩 살 수 있음. 중국에 학교만 50만개임. 그러면 엄청난 수요가 생기고,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다시 떨어짐. 가격이 떨어지면 더 많은 학교와 가정이 구매하고, 다시 시장이 커지는 구조인 것 같음.
  • 드론이나 3D Printer 같은 기술도 비슷하게 B2B나 일부 전문가의 장비로 시작하지만, 중국의 거대한 수요를 만나면서 빠르게 Consumer 제품으로 내려오는 것 같음. 중국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단순히 싸게 잘 만드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하드웨어를 받아줄 내수시장이 이미 충분히 크다는 데서 나오는 것 같음.

아이들

  • 더현대 같은 대형 쇼핑몰을 세 곳 정도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음. 한국에서 스타필드나 더현대 같은 쇼핑몰에 가면 대부분 20대 이상의 어른들이 쇼핑하거나 데이트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중국의 쇼핑몰은 아이들과 가족이 중심이 되는 공간에 가까웠음.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위한 시설도 굉장히 많았음. 쇼핑몰 안에 아이스링크가 있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작은 놀이터와 장난감 가게, 체험 공간 등이 계속 이어짐. 상업구역에 들어왔다는 느낌보다는 가족들이 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었음. 아이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으니까 쇼핑몰 전체도 훨씬 활기차게 느껴졌음.
  • 아이들이 가장 최전선에 있는 Early Adopter 고객 같았음. 3D Printer는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20대 이상의 너드들이 좋아하는 취미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는 아이들이 이제 레고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3D Printer를 갖고 노는 것 같았음. DJI 플래그십 스토어도 어른들의 취미 공간보다는 아이들의 취미 공간에 가까웠음. 제품을 구경하고 직접 만져보는 것도 아이들이고, 드론을 수리하러 오는 것도 아이들이었음.
  • 아이들이 Edge Tech를 추종하면서 주요 고객이 되고 → 이를 인지한 기업들이 B2B 수준의 기술을 Consumer 제품으로 갖고 내려오고 → 수요가 더 많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 더 많은 아이가 기술을 접하게 되는 구조인 것 같음. 중국에서 드론, 로봇, 3D Printer 같은 기술이 교육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조금 어색하게 들리는데, 중국에서는 실제로 꽤 큰 시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 부모들도 이런 장비에 투자하는 것을 단순한 소비보다는 교육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느낌이었음. 부모들이 단순히 학업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아이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는 데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는 느낌이 있었음. 아이스링크에 갔는데 어린아이들마다 러시아 피겨 코치나 아이스하키 코치가 일대일로 붙어 있었음.
  • 이 아이들의 미래가 기대된다. 이제 막 커가는 10대 아이들은 영어도 잘하고, 드론이나 로봇 같은 기술을 장난감처럼 사용하고, 굉장히 어릴 때부터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음. 이 아이들이 10년 뒤 경제활동의 중심에 들어왔을 때 어떤 모습일지가 조금 무섭기도 하고 궁금했음. 이미 많은 frontier lab 들에서 중국인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음.
  • 미국, 한국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주역이라는 생각을 굉장히 망각하고 지냈는데, 중국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한 기술, 문화, 교육, 서비스를 만드는게 얼마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인지 깨우치게 되었음. 10년뒤에 long 을 위해서 매우 큰 리스크를 지고 막대한 배팅을 하는 느낌이었음.
  • 한국, 센프란에 있다 중국에 가니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역체감이 심했음. 이게 맞는데…

자본주의

  •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선전에서는 자본주의가 한국보다 더 직접적으로 보이는 느낌이었음. 더현대 같은 대형 쇼핑몰이 굉장히 많았고, 층고와 인테리어, 명품 매장의 크기도 한국보다 훨씬 압도적이었음. 상위 1% 소비자의 시장이 굉장히 크다는 느낌이 들었음.
  • 택시의 등급화 - 한국에서도 일반 택시와 블랙, 대형 승합차 정도의 구분은 있지만 중국은 일반 승용차 안에서도 등급이 굉장히 촘촘하게 나뉘어 있었음. 가장 저렴한 등급은 에어컨을 잘 틀어주지 않거나 담배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었음. 한 단계 올라가면 갑자기 차량이 쾌적해지고, 더 올라가면 신형 고급 세단과 물이 준비된 차량이 옴. 돈을 더 낼수록 경험이 아주 명확하게 좋아지는 구조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탠다드 기준 한국 택시비의 1/3 ~ 1/2 정도 가격이어서 중국 안에서는 택시를 타고 다니는게 이득인 것 같음.
  • 반면 평균 인건비는 여전히 낮고, 대학을 졸업한 젊은 사람들도 배달기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음. 중국 전체 생산 가능 인구의 월 평균 소득이 여전히 13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양극화가 심함. 굉장히 화려한 소비와 저렴한 노동력이 같은 공간에 동시에 존재함.
  • 인구가 워낙 많아서 상위 5~10%만으로도 엄청난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 같음. 돈이 많은 사람은 한국보다 훨씬 압도적인 교육과 소비 경험을 누릴 수 있어 보였음. 아이마다 외국인 코치를 붙여주고, 어릴 때부터 첨단 장비와 다양한 교육을 경험하게 할 수 있음. 중국 전체의 평균만 보면 놓치기 쉽지만, 상위 계층만 별도로 보면 그 자체로 거대한 국가 하나만 한 시장과 인재 풀이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 근데.. 인구가 14억명이니, 상위 10% 면 1.4억명, 상위 1% 면 1400만명. 서울 인구수가 약 900만명이니, 서울 인구의 약 1.5배 되는 인구가 돈을 펑펑 써도 남아도는 인구라고 가정하면 프리미엄 시장이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됨.

도시와 생활에 대한 인식

  • 중국은 그래도 한국보다 더럽고 불편할 것이라는 막연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적어도 이번에 방문한 선전은 생각보다 굉장히 깨끗하고 현대적이었음. 일반 음식점에서도 그릇이 밀봉되어 있었고, 사용하기 전에 직원이 뜨거운 물로 다시 소독해 주는 곳도 있었음. 스타벅스와 대형 쇼핑몰도 굉장히 많았음. 물론 선전이 중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도시라서 중국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음. 그래도 내가 갖고 있던 중국에 대한 인식이 꽤 오래된 이미지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느꼈음.
  • 현지에서 만난 젊은 엔지니어들도 인상적이었음. 영어로 소통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외국인인 우리를 자연스럽게 데이트 자리에 초대하거나 해커하우스의 다른 엔지니어들에게 바로 소개해 줬음. 기술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연결되는 방식도 생각보다 훨씬 열려 있고 자연스러웠음.
  • 물론 내가 지내던 지역이 중국의 실리콘밸리(일종의 판교)인 만큼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나, 환경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몰빵되어 있는 지역인 것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갔던 그 어떤 도시보다 새삥이고, 마천루 빌딩이 많고, 건축중인 빌딩도 많고, 도시가 굉장히 깔끔했음. 건축물들의 디자인도 미래적으로 디자인하려는 노력이 묻어났음. 서울, 센프란이 오히려 낙후된 도시 처럼 보임. 미래의 서울은 이런 모습일까? 라는 상상도 하게 되었음.